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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수사권조정은 사기극”이라는 검사의 주장에 검찰 댓글440여개 쏟아내
  • 기사등록 2020-01-15 11:46:3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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검찰이 폭발했다. ‘1·8 대학살’로 불린 검찰 고위 간부 인사, 직접수사 부서 대거 폐지로 쌓여있던 불만이 검·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와 조직 내에서 신망받던 검사의 사직으로 터져나온 것이다.


▲ (사진) 김웅(49·사법연수원 29기·사진) 법무연수원 교수(부장검사)


기폭제는 김웅(49·사법연수원 29기·사진) 법무연수원 교수(부장검사)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이었다.


14일 오전 올라온 이 글에는 이날 오후 6시까지 44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.


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이프로스에 ‘사직 설명서’라는 글을 올렸다. 그는 이 글에서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정당들이 통과시킨 수사권 조정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. "(검찰개혁을 빙자한)거대한 사기극", "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.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"라는 것이다. 김 부장검사는 대검 미래기획·형사정책단장으로 검찰의 수사권 조정 대응 실무를 주도하다 작년 7월 인사 때 비(非)수사 보직인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됐다.


김 부장검사는 이날 글에서 "(검·경 수사권 조정안의)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이 아닌가? 그래서 ‘검찰 개혁’을 외치고 ‘총선 압승’으로 건배사를 한 것이냐"고 썼다. 그러면서 검찰 내부 구성원을 향해 "봉건적인 명(命)에는 거역하라. 우리는 민주시민"이라며 "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, 그 대신 평생 더러운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. 결국 우리는 이름으로 남는다"고 했다. 지난 3일 추미애 법무장관이 법무부 주도 검찰개혁에 호응하라며 인용한 '줄탁동시'를 저격한 것이었다.


댓글 대부분은 김 부장검사의 의견에 동조하는 내용이었다. 특히 검·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 "거대한 사기극의 피해자는 국민" "개악"이라는 표현도 나왔다. 한 검찰 구성원은 "사심 없는 명랑한 생활형 검사의 사직을 마주하며 이 거대한 사기극의 피해자는 역시 국민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"며 "마지막까지 평범한 검사들에게 공감과, 위로와 길잡이가 되는 글을 써주셔서 감사하다"고 썼다.


다른 한 구성원은 "국민의 생명, 신체, 재산과 직결되는 형사절차에 대한 제도가 형사사건 당사자 입장에서 숙고되지 아니한 채 가위질되고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생각하게 됐다"고 썼다. "법안의 내용이 실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그럴 듯한 ‘검찰 개혁’이라는 프레임으로 경찰 공화국의 초석이 다져진 것이 허탈하다"는 댓글도 달렸다.


검·경 수사권 조정의 과정과 결과 모두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. 또 다른 검찰 구성원은 "한 해 동안 형사사건 관계인(피의자, 고소인, 피해자 등)의 수가 최소 500만명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, 제도 변화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되는 억울함과 불편을 느끼는 국민이 한분이라도 더 늘어나게 된다면 이는 개악(改惡)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"고 썼다.


또 다른 이는 "한 국가의 사법체계가 이런 과정과 동기로 바뀔 수 있다는 것도, 소위 국민의 명령이라는 그 내용도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오늘"이라며 "(김 부장검사의 말에) 격하게 공감하며 진짜 검사의 글임을 새삼 느낀다"고 썼다. "대표, 리더, 지도자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핑크빛 미래를 제시하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다"면서 "닥칠 잿빛 현실은 모르거나 외면하는 것 같다"는 의견도 있었다.


검찰 조직의 현 주소를 자조적으로 표현한 댓글도 있었다. 한 구성원은 "‘프레임 교조주의’에 빠져서 바람직한 형사사법체계가 물건너 간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와 같은 감동적인 격문과 함께 개인적인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이 상존한다는 것이 비통하다"며 "어느샌가 이 사회의 갑충(甲蟲)이 되어 아사해버리는 조직이 됐다.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비애가 가슴에 맺힌다"고 했다. 박철완(47·27기) 부산고검 검사는 "앞으로 교과서와 지침에서 수사의 주재자, 수사 지휘 등의 용어가 사라질 것"이라며 "그 자리를 어떤 용어와 개념으로 메워야 하는지 많은 지혜가 필요한데 형 같은 분이 떠난다니 저 같은 고검 검사조차 훌쩍 떠나고 싶다는 유혹을 느낀다"고 적었다.


이 외에도 김 부장검사와의 여러 인연(因緣)을 되새기며 떠나보내는 것이 아쉽다는 내용의 댓글도 상당수가 달렸다. 김 부장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유철(50·29기)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"그 담담한 목소리에 울었고, 새벽 출근길에도 울었고, 지금도 울고 있다. 이제 후배들 믿고 맘 편히 가라"고 썼다. 추의정(44·35기) 대검 연구관은 "부장님께서 기소하신 사건들을 찾아보면서, 일반 국민들이 피해자인 형사부 사건을 한 건 한 건 정성들여 처리하시는 것을 보고 부장님이 어떤 검사이신지 느꼈다"며 "마지막까지 나라와 국민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신 사직의 글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"라고 썼다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[출처-조선일보]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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